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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고객의 적(敵)인가?

11,257건의 소송이 말해주는 대한민국 보험산업의 민낯

프롤로그: 보험의 본질을 묻다

보험(保險)의 한자를 풀어보면 "위험을 보호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매달 보험료를 납부하며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한다. 아플 때, 다쳤을 때, 예상치 못한 사고가 났을 때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런데 정작 그 "혹시 모를 순간"이 찾아왔을 때, 보험사가 우리 편이 아니라 우리를 상대로 소송을 건다면?

이것은 가정(假定)이 아니다. 대한민국 손해보험 업계 1위, 삼성그룹의 자회사 삼성화재가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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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말해주는 불편한 진실

 

2023년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생명보험·손해보험사가 고객의 보험금 청구를 거부하기 위해 제기한 소송은 총 54,464건에 달한다.

이 중 삼성화재가 제기한 소송은 11,257건.

전체 손해보험사 소송의 5분의 1 이상을 단 한 회사가 차지한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10,000건을 넘긴 손해보험사는 삼성화재가 유일하다는 사실이다.

이 소송들에 들어간 비용은 얼마일까? 손해보험사 전체가 약 337억 원을 소송 비용으로 지출했고, 그 중 삼성화재가 68억 2천만 원을 사용했다.

68억 원.

이 돈이면 얼마나 많은 고객들의 정당한 보험금 청구를 해결할 수 있었을까?

"고객 만족 1위"의 이면

 

아이러니하게도 삼성화재는 스스로를 "고객 만족 1위 보험사"로 광고한다. 화려한 TV 광고에서는 "고객과 함께", "신뢰의 파트너"를 외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당신이 보험료를 꼬박꼬박 낼 때는 "소중한 고객님"이지만, 정작 보험금을 청구하는 순간 당신은 "소송 피고인"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삼성화재가 말하는 "고객 만족"의 실체다.

약자를 향한 칼날

 

보험금 소송에서 개인 고객과 대기업 보험사의 싸움은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보험사에는 전담 법무팀이 있고, 수십 명의 변호사가 상주한다. 그들에게 소송은 일상적인 "업무"일 뿐이다. 반면 개인 고객에게 소송은 생애 처음 겪는 "재앙"이다.

직장을 다니며, 가정을 돌보며, 병원 치료를 받으며 동시에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하는 개인의 고통을 삼성화재는 알까?

아니, 알면서도 그것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닐까?

"소송 걸면 대부분 포기하겠지."

이런 계산이 68억 원이라는 소송 비용 뒤에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자본주의의 불나방, 그리고 박정희의 그림자

 

한 지인은 삼성화재를 "자본주의의 불나방"이라 표현했다. 돈이라는 불빛을 향해 맹목적으로 날아가는 존재. 그 과정에서 누가 다치든, 누가 고통받든 상관없이 오직 이윤만을 쫓는 존재.

또 다른 지인은 "박정희와 같다"고 했다. "경제 발전", "조국 근대화"라는 거창한 구호 뒤에서 민주주의를 퇴행성관절염으로 만들어버린 것처럼, "고객 보호", "신뢰 경영"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고객의 권리를 소송이라는 도구로 옥죄는 행태가 닮았다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도 떠오른다. 계약서에 적힌 "살 1파운드"를 끝까지 요구했던 그처럼, 삼성화재는 약관의 빈틈을 찾아 정당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데 혈안이 되어있다.

 

금융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나

 

국회에서 이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한 의원은 "당국이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보험사들이 무분별하게 고객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과연 가이드라인만으로 충분할까?

11,257건의 소송을 제기하는 회사에게 "자제해달라"는 권고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실효성 있는 제재, 소송 남발에 대한 과징금, 반복적 패소 시 영업정지 등 강력한 처벌이 뒤따르지 않는 한, 삼성화재의 행태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68억 원의 소송 비용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이기 때문이다.

소송으로 지급을 막은 보험금이 68억 원보다 크다면, 그들의 계산기에서 이것은 "이익"이다.

에필로그: 우리 모두는 잠재적 피해자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현재 삼성화재 고객이 아니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기억하라.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아프고, 다치고, 사고를 당할 수 있는 존재다.

그때 당신의 보험사가 당신 편이 아니라, 당신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면?

11,257건.

이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11,257명의 사람들이 아픔 위에 또 다른 아픔을 겪었다는 증거다.

삼성화재는 답해야 한다.

"당신들에게 고객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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