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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

EPISODE 3. 유령들의 도시
김해 중앙병원 현장 르포 : 의사는 떠나도, 면허는 남는다

2025년 12월의 어느 날, 나는 경남 김해시 외동에 서 있었다.

한때 지역 최대의 종합병원이자, 24시간 응급실의 불이 꺼지지 않던'김해 중앙병원'.

지금 그곳에 남은 것은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와 을씨년스러운 적막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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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연결된 병원건물 두 동이 을씨년스럽게 마주 보고 있다.

1. 멈춰버린 심장, 그리고 유령 건물들

 

내가 직접 찍은 이 사진들을 보라.

총 4개의 동으로 이루어진 병원 건물은 마치 폭격을 맞은 듯 텅 비어 있다.

응급실 간판은 빛바랜 채 매달려 있고, 환자들로 북적였을 주차타워는 거대한 철제 흉물로 변해버렸다.

병원이 죽자, 거리도 죽었다. 병원 주변의 대여섯 개의 약국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그 어떤 약국은 심지어 문을 닫았다.

'임대 문의'가 붙은 약국의 유리창 너머로는 주인을 잃은 약장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

이곳은 병원이 아니라, 자본의 탐욕이 휩쓸고 지나간 '재난 현장'이다.

 

 

 

 

 

 

 

 

 

 

 

 

 

 

 

 

 

 

 

 

2. 4,200억의 바벨탑, 그리고 500명의 실직.

   이 거대한 폐허를 만든 장본인, 이사장 김상채(Dr. K).

 

그는 무리한 '경희가야의료원' 설립 사업으로 멀쩡하던 중앙병원의 자금줄을 말려버렸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 직원 500여 명 전원 해고.

  • 퇴직금 체불액 약 90억 원. (1억 원 받을 직원이 700만 원밖에 못 받는 현실)

  • 지역 의료 공백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
     

   한 사람의 오판과 탐욕이 도시 하나를 유령으로 만들었다.

3. 도망친 의사, 살아남은 면허.

   

가장 경악스러운 것은 그다음이다.

수백억의 빚잔치를 벌이고 수백 명의 인생을 망가뜨린 Dr. K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는 감옥에 있지 않다. 면허가 취소되지도 않았다.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전남 여수로 숨어들어

또 다른 병원의 정형외과 원장 행세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의료법은 참으로 관대하다.

  • 병원을 고의로 부도내도,

  • 임금을 체불해도,

  • 수백억의 손실을 입혀도, '의사 면허'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는다.

 

4. 이것은 '법'이 아니라 '특권'이다.

 

변호사나 회계사가 횡령이나 배임으로 실형을 받으면 자격이 정지된다.

하지만 의사는 살인을 저지르거나 성범죄를 저질러도 면허가 유지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물며 '경영 실패'라는 명목으로 숨어버린 Dr. K에게 이 법은 완벽한 방패막이다.

김해의 폐허 앞에 서서 나는 묻는다. "의사 면허는 살인 면허인가, 아니면 치외법권의 증명서인가?"

우리가 김상채라는 개인을 넘어, 이 기형적인 '철옹성 의료법'을 타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저 흉물스러운 중앙병원의 잔해는, 바로 대한민국 "의료 정의(Justice)의 무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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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이 굳게 닫힌 응급실과 폐업한 약국.

     의료 공백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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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장처럼 붙어 있는 보건복지부 인증서가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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